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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1박2일을 다녀왔다

재준아범 2018. 6. 23. 17:59

약간의 중년병을 앓고 있는 유원장의 보챔끝에, 백만년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이 어울려 1박2일로 서울을 벗어났다. 이 나이에도 주 6일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전무가 간신히 토요일을 비워 넷이 뭉쳤다. 아침8시 우리집 근처 잠실새내역에 모여서 이전무의 하이브리드(아마도..프리우스?)로 출발~ 날씨 조오타 !

서울-양양간 고속도로 초반에 좀 밀리긴 했지만 그러저럭 어렵지 않게 동해안에 도착했다. 삼척의 조그마한 항구 가진항에서 점심으로 물회를 먹었다. 차가운 회국물에 소면을 푸짐하게 말아먹었다.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하나씩 지키고 있는 방파제를 산책하다보니 여기서 영화 군함도를 촬영했다는 선전판이 서 있다.




점심을 먹고 화진포로 올라갔다.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이 있단다. 뭐냐...거기서 정상회담이라도 했는가... 이승만 별장은 화진포 안쪽의 호수를 굽어보고 있는 아담한 양옥이고, 김일성 별장은 바다위에 서있는 언덕에 중세 유럽의 성채를 본뜬 모양이다. 일명 화진포의 성으로도 불린다. 두 별장 모두 원래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별장으로 사용하던 것이었다는 설명문을 보고서야 상황이 이해가 간다. 아무리 제왕적? 권력자들이었어도 그 어지럽던 시절에 한가하게 별장이나 지을 호사를 누릴 짬이나 있었겠는가.





푸짐하게 먹었어도 역시 소면은 면이라 금방 배가 출출하다. 삼포 해수욕장에 들러 맥주에 치킨으로 간식을 먹었다. 좌우에 이른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젊은 가족들 사이에 개..아니고 아저씨 넷이 돗자리 깔고 앉아 이러고 있으니 왠지 usual suspect....흑.



아직 5시도 안된 시간에, 강릉 사는 김원장이 벌써 콘도에 도착했다고 우리도 빨리 오라고 성화다. 오늘의 숙소는 한화콘도 쏘라노. 이사장이 한화리조트 회원이라 콘도 예약에 사우나까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콘도에 야외 바베큐장이 있다. 캠핑이 유행인 시절이니 콘도 입장에서는 이런거도 해야 영업을 유지할 수 있을거 같다. 목살, 삼겹살, 소세지, 훈제오리에 감자까지..대체 어뜬놈이 치킨을 먹자고 한거야..아이고 배부르다.



개..아니 아저씨들이 모인 자리에는 정치 얘기가 빠지질 않는다. 역시 정치얘기는 음담패설 다음으로 재미있는 개..아니 아저씨들의 안주거리다. 얘기끝에 멱살만 잡지 않으면~

소주를 다 비움으로 1차를 끝내고 (사실은 점심때 소주 두병을 먹었고, 치킨을 먹으면서 맥주를 한두캔씩 했으니 3차를 끝낸 셈이다) 역시 콘도 마당에 있는 야외 맥주집으로 2차를 갔다. 콘도 참 넓다. 맥주집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가수가 등장해서 흥을 돋운다. 저녁이 깊어가면서 스테이지 앞에 나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도 있고, 다들 신났다.




흥쟁이 유원장은 우릴 버리고 스테이지 근처로 이탈했고, 요즘 격무에 시달리는 불쌍한 이전무는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더니 없어졌다. 혹시나 차에서 자고 있는가 가봐도 없더니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났다. 취중에 화장실 찾아 삼만리를 돌았단다. 역시 우리 이전무는 나이가 들어도 귀염성을 잃지 않았다~ 콘도방에 들어와서 소주와 훈제오리로 3차를 하고 잤다.

중년의 아저씨들은 늦게 자도 늦잠자지 않는다. 강릉 김원장은 먼저 깨서 소리 없이 가버렸다. 골프 약속이 있는 듯. 공기좋은데 사니 체력도 좋은갑다. 허약한 서울내기들은 콘도 워터파크에 딸린 사우나로 해장사우나를 하러갔다. 노천탕이 아주 좋다. 사우나를 끝낸 다음엔 호수도 한바퀴 산책하고. 아래 사진 먼 배경으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아침식사를 하고 콘도를 나와 설악산으로 간다. 9:30에 설악동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차가 많다. 주차를 하니 10시다. 권금성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려니 12시15분에야 탈 수 있단다. 어쩐지..아침부터 근처 카페랑 주점이 북적거리더라니.. 표를 사놓고 대기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인가 보다. 케이블카는 포기하고 비선대를 다녀왔다.




비선대 위에 솟은 봉우리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수십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매달려있다. 무섭지도 않나... 비선대를 찍고 돌아오는데 대충 2시간이 걸린다. 케이블카 표를 사놓고 다녀왔었다면 얼추 시간이 맞을 수 있었겠다.  

다시 콘도 근처로 차를 몰아 대청마루라는 집에서 버섯두부전골과 오징어순대전, 황태구이, 사임당막걸리로 푸짐한 점심을 했다. 무려 30분이나 기다려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맛집이라 인정한다. 서울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 호사를 누리기 위해 커피 한잔. 대청마루 맞은편에 있는 설악문화센터 2층의 카페에 들어갔다. 설악산 케이블카 회사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문화센터라고 하는데,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 널~찍한 독서실과 문화행사를 위한 공간이 갖추어져 있다. 높은 천장과 설악산을 올려볼 수 있는 유리벽에 실내악이 잔잔히 흐른다. 문화 수준 높으신 이전무도 훌륭한 카페로 인정했다.



2시에 서울로 출발. 돌아오는 길은 일요일 오후이니 당연히 쉽지 않다.

언제 또 이렇게 뭉쳐 놀러갈 수 있을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