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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짬뽕 먹으러 갔다가 역사 공부를 하게 되었다

재준아범 2019. 2. 16. 09:10

지난해 가을 깜회장 있는 양주에 갔을 때, 여섯시도 되기 전에 재료가 동났다고 돌아 나와야 했던 짬뽕집. 기어이 그 맛을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그 멤버 그대로 다시 양주를 다녀왔다. 양주까지 가서 딸랑 짬뽕만 먹고 돌아가면 할 일도 정말 없는 중년 아저씨 소리 들을텐데...짬뽕 먹는거 말고 뭘 더 할 수 있을까..궁리중에 깜회장께서 알찬 하루 일정까지 제시해준다. 오케이~가자.

저녁에 가면 또 매진사례를 당할 수 있으니 곧바로 짬뽕집으로 직행하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왕십리 이마트에 모여 이전무가 운전하는 승용차로 출발한다. 출발 시점에 내비가 알려준 예상 도착시간은 11시 16분인데...점점...이전무 왜 그래...점점..살살 가자 이전무...당겨진다. 11시 8분에 도착. 요즘 인도시장 개척하느라 고생이 많은 이전무가 엑셀 페달을 짓밟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거 같다. 혹시 엑셀 페달에 사장님 사진 붙여놓은건 아닌지...   

11시에 문을 연다는 식당을 11시 8분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다. 일단 이기사와 유원장을 선발대 삼아 식당으로 들여보내고 식당 뒤 연립주택 마당에 사알짝 주차한 후 식당에 들어서니 마지막 남은 한 테이블을 간신히 차지하고 앉아있다. 이전무의 과속 운전 아니었다면 길~게 줄을 설 뻔했다.

세수대야만한 그릇에 담아주는 2인분 해물짬뽕 두 개에 탕수육 대짜를 하나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에 깜회장이 도착했다. 일단 비주얼은 대단해 보이고... 매운 짬뽕이지만 곱게 매운 맛이다. 안주가 좋으니 반주도 한 잔.

 

착한 이전무는 사모님의 명을 받들어 짬뽕 포장부터 챙긴다.

무사히 오늘의 목표를 달성하고 깜회장 사무실에 들러 커피 한 잔 씩. 사무실도 넓~고 좋다. 회장님 손님 오신다고 두 명의 비서가 급히 나와 커피도 내어주고 고급진 선물도 챙겨준다...일요일에...아이고 미안해라..

다음의 일정은 연천의 호로고루 성지 관광. 성지라 하여 처음에는 구한말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종교 聖地인가 ? 했으나 고구려-백제-신라가 싸우던 삼국시대 당시의 城地라고 한다. 입구의 홍보관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해설사님의 자세한 설명 덕에 역사 공부 좀 했다. 이곳은 개성과 서울 사이에 흐르고 있는 임진강을 배 없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마지막 하류 지점이라고 한다. 즉, 여기보다 상류에서 건너면 멀리 길을 돌아가는 셈이 되고, 반대로 더 가까운 길로 가려 하면 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임진강은 강변이 수직 절벽인 주상절리의 지형이 많아 강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은 강변의 경사도 완만하니 군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길목이 되어 6.25 당시에도 북한군의 전차가 이곳을 통해 넘어왔다고 한다. 당연히 삼국시대에도 이 일대를 점령한 나라들이 이곳에  성을 쌓고 군대를 주둔시켜 다른 나라 군대의 도강을 저지하려 했던 것이고, 이 성은 처음엔 백제가 목책 토성으로, 그 다음엔 고구려가 현무암으로, 마지막엔 신라가 하얀색의 평범한 돌로 차례로 보강해가면서 이곳을 요새화 했다는 역사가 있다. 고구려가 현무암을 이용한 것은 원래 이 일대에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현무암이 많았기 때문이라 하는데, 신라는 현무암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해서 먼 곳으로부터 돌을 날라와 성을 보강해야 했다는 것이다.

아래는 그냥 구글에서 찾은 사진인데, 삼각형 모양의 지형이 호로고루 요새이고, 성벽은 사진의 아래쪽, 그러니까 동쪽으로만 조성되어 있다. 남쪽은 임진강과 절벽이고,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지만 예전에는 북쪽으로도 샛강이 흘렀다고 하니 동쪽만 막으면 되는 천혜의 요새인 셈이다. 사진 위쪽의 강이 꺾이는 지점이 호로고루다. 강으로 합류하는 샛강이 날라온 퇴적물이 쌓여 걸어서도 건널 수 있을 정도로 강이 얕아지고, 아마도 그 샛강의 영향으로 북쪽 강변의 주상절리 지형도 완만하게 변형된 것이 아닐까 한다. 높은 요새 위에서 강을 건너고 있는 적군을 내려보며 화살을 날리는 삼국시대 전사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강 북측에 버티고 있는 능선을 넘으면 DMZ란다.  


성벽 위에 올라서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기사의 얼굴이 가장 크게 나왔다. 하.하.


이 먼 곳에 이 성 하나만으로는 관광객 모으기가 쉽지 않겠다. 입구의 넓은 들판에 해바라기 밭을 조성하여 꽃이 만개하는 8월말~9월 초에 통일 바라기 축제를 한다는데, 그야말로 그 때 반짝 붐빌 거 같다.   

이 겨울에 강변에서 찬 바람을 쐬었으니 뜨끈한 물에 들어가 몸을 풀 차례가 되었다. 동두천에도 유황온천이 있단다. 4층?5층? 건물로 무척 큰 찜질방인데 설 연휴에 이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동두천 사람들 다 온 듯. 찜질을 마치고 바로 옆의 순대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깜회장,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