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노숙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어디 게스트하우스나 찜질방에 들기도 겁나고, 노숙이 가능하거나 딸랑 1인용 텐트 하나 치고 혼자 이용해도 이용료가 아깝지 않은 공영 캠핑장들이 대부분 폐쇄되었다 하여 일년내내 자전거 여행 엄두를 못 내다가 어떻게라도 되겠지하는 약간 무모한 마음으로 1박2일 길을 나섰다. 대략 팔당대교 쯤에서 점심을 먹고 이포보 근처에서 1박하고 다음날 강천섬에서 점심을 먹고 경강선을 이용해 돌아오는 계획이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팔당대교 남쪽 멀지 않은 곳에 순대국집이 하나 있는걸로 검색되는데 막상 가보니 찾을 수가 없다. 민물고기 매운탕이니 장어집이니 하는 식당을 제외하고 근처에 만만해 보이는 식당은 죄다 국수집이다. 이 동네는 국수만 먹나... 할 수 없이 팔당대교 건너 이름난 초계국수집에서 따뜻한 초계국수를 시켜먹었다. 양이 부족하다... 그나마 집을 나설때 참크래커 몇 봉과 삶은 계란 3개를 챙겨오길 다행이다.
가을이라 왠지 더 정겨운 능내역을 지나..
양수리역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
양수리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양평역에 내려 다시 자전거를 달려 이포보 근처에 도착했다. 보통은 이포보웰빙캠핑장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코로나 방역으로 폐쇄되었으니 이 근처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 당남리섬도 폐쇄되어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통제선을 뚫고 섬 구경을 한다) 당남리섬 입구 옆 축구장에서 한 숨 돌리며 탁한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하늘에서 모터패러글라이딩이 3대 날아오더니 축구장에 착륙한다. 허허~ 별 구경을 다 한다. 착륙은 착륙이고.. 저 물건이 설마 제 힘으로 이륙하지는 못할테니 트럭이라도 와서 싣고갈라나... 하고 있는데... 햐~ 제 힘으로 어렵지않게 날아오른다. 나도 저거 하나 갖고싶다.
이포보 근처에는 천서리 막국수촌이 유명하지만, 일전에 한 번 먹어본 바 그닥 별미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낮에도 국수를 먹었으니 뜨끈한 탕에 밥을 먹어야겠다 해서 온 길을 2키로 쯤 되돌아 개군면까지 올라가서 순대국밥을 먹었다. 일반 순대국집의 순대국과 많이 다르다. 순대가 길쭉길쭉하기도 하고 속도 알찬데 흔한 당면 순대가 아니다. 돼지 곱창 ? 같은것도 들어가고, 별도로 큼지막한 돼지 간 두 덩어리가 반찬에 포함되어 나온다. 그냥 순대국을 시켜 먹었는데, '특'을 시켰으면 먹다 남길뻔했다. 순대국 치고는 비싼 9천원인데, 비싼 값을 한다. 이에 비하면 팔당 초계국수는 자릿세와 유명세가 많이도 포함되었다.
저녁을 먹고 이포보로 돌아오니 완전히 밤이다. 이포보 야경은... 참.. 멋없다. 밤이 되었으니 그냥 불을 켠 것일 뿐 ?
이포대교 바로 아래의 넓은 공터?주차장?에 캠핑카 몇 대가 주차되어 있어 이쯤이면 되겠거니 하고 텐트를 쳤다. 그라운드 시트 깔고.. 텐트 치고.. 발포매트 깔고.. 에어매트 부풀려 깔고.. 벼게 만들고.. 자잔한 짐들 정리하고.. 일단 누워있는데.. 누군가 오더니 여기서 텐트치면 안된다고 철수하란다. 아이고 이 밤중에 어딜 간단 말인가.. 옛날 육각수가 부른 '흥부가 기가막혀' 노래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아이고 형님 동생 나가라고 하니 어느 곳으로 가오리요. 이 엄동 설한에 !' 이 컴컴한 저녁에 여주역까지 가서 전철타고 돌아가야 하나 ??? 여튼 공권력이 철수하라니 어쩔 수가 없다. 역시 이번 여행은 무모했어. 흑흑... 짐들 다시 정리하고.. 에어매트 바람빼서 꾸겨넣고.. 발포매트 접어넣고.. 텐트 말아 수납하고.. 어디라도 가야지 .. 근데 안경은 어디갔냐 ??? 텐트 속 수납포켓에 넣어뒀는데 ??? 헉. 떨리는 손으로 텐트를 다시 펴니 다행히 부서지지 않고 멀쩡한 상태로 얌전히 나왔다. 짐들을 다시 자전거에 싣고 허탈한 마음으로 출발하여... 얼레 ? 바로 옆에서는 수 많은 텐트와 수 많은 캠핑카가 (다음날 아침에 보니 캠핑버스들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철수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단다. 뭐지 ? 여기랑 거기랑 관할이 다른가 ? 겨우 100미터 거리인데 ? 여튼 그 많은 캠핑족들을 믿고 그들 사이에 다시 텐트를 쳤다. 이번에는 무사히~ 하루밤을 보냈다. 최저 기온이 9도 정도였지만 결로 생기지 말라고 환기구를 충분히 열고 잤으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결로가 푸짐하게 맺혀있다. 괜히 환기구 열어 춥게 잤다.
노지 캠핑에서는 화장실이 제일 문제인데, 근처에 있는 대림동산이라는 데에 아주 규모 크고 잘 관리되고 있는 화장실이 하나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이용하고 강천섬으로 출발. 가는 길에 보니 이포보 웰빙캠핑장은 폐쇄되었지만 오토캠핑장은 운영중이다. 대체..왜.. 웰빙캠핑장만 구박하는거냐..
여주보를 건너...
반갑다 강천섬. 폐쇄되어 못 들어가면 어쩌나 했다.
볕이 좋아 서양놈들 처럼 웃통 벗고 일광욕하면서 (일광욕을 하려면 옷을 벗고 해야 비타민D가 만들어진단다) 라면 하나 끓여먹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