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들의 캠핑 - 난지도 노을캠핑장
연관된 업무를 하고 있어 하나의 파트로 묶여있는 팀장 넷이 캠핑을 가기로 했다. 주말도 아닌 목요일~금요일에 팀장들이 감히 자리를 비우고 어딜 놀러가느냐..는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 사무실에서 직선거리 5키로밖에 되지 않는 노을캠핑장을 잡았다. 사실은 금년 봄에 파트 전체 행사삼아 둘러보고와서는 '꼬옥 한 번 캠핑하러 와야겠다' 하고 마음먹었던게 더 큰 요인이기는 하다 ㅎㅎ. 어쨋든 워낙 가까운 곳이니 각자 형편에 따라, 정 어려우면 퇴근시간 후에 출발해도 될만한 장소다. 금요일 아침 출근에도 지장이 없다. 연차휴가가 넘쳐나는 나는 이틀 모두 휴가를 내기는 했지만..뭐..적당히..
하나의 파트로 묶인지 반년이 넘었지만 연말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처음으로 친목행사를 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잘 해보자는 결사의 의미는 별로 없겠고, 내년에는 무슨 일을 하게될지 조직이 어떻게 될지 따위의 정답없는 수다나 열심히 떨고 오게 될 거 같다.
그란뚜르에 처음으로 캠핑 장비를 실었다. 앞에는 테이블, 뒤에는 침낭과 텐트, 캠핑의자, 메트 두개에 침낭까지 올리고 단단히 묶었다. 가는날 오는날 내내 짐들이 흐트러지거나 툭 떨어지는 사태 없이 잘 다녔다. 자전거 캠핑을 생각하며 새로 장만한 장비들은 초소형 초경량에 집중해서 고른 것들이지만 했지 모두 합하니 무겁긴 무겁다. 집에서 회사까지 열심히 달리면 보통 1 시간 반 걸리는데, 오늘은 두시간을 약간 넘긴 듯 하다.
어쨋든 오늘은 휴가를 낸 날이니 서두를 일은 없다. 10시 반 쯤에 사무실 도착해서 일 좀 하다가 팀원들 놀지 말라고 ^^ 숙제 던져주고 2시 쯤 캠핑장으로 먼저 출발한다. 안양천 지나 한강변을 잠시 달리다 가양대교를 넘는다. 남쪽에서 가양대교를 타려면 다리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구름다리를 이용해 올림픽대로를 넘어간 후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양동에 내려 가양대교 서편의 램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가양대교를 건너면서 노을캠핑장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가양대교 북단 서편에는 강변자전거길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편리하다.
강젼자전거길 난지도 구역에서는 자전거나 자동차가 강북강변로를 넘어 노을공원과 하늘공원 사이로 진입할 수 있는 구름다리가 있다. 구름다리를 통과한 후 부터 캠핑장으로 오르는 긴~오르막길이다. 봄철에 왔을 때는 도보로 올라갔기 때문에 길게 느꼈는가 했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 길다. 헉헉.. 열심히 2/3 쯤 올라가는 중에 경팀장님 전화가 온다. 원래는 캠핑장에 내 짐을 부려놓고 여유있게 텐트까지 펼쳐놓고 다시 내려가서 마트에서 만나 함께 장을 볼 생각이었는데, 이 오르막길을 다시 오를 엄두도 나지 않고 기왕에 늦었으니 배신을 때릴 수 밖에 없겠다. 혼자 장 봐서 올라오슈~
노을공원은 공원, 파크골프장, 캠핑장, 물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 넓은 공원이다. 원래는 골프장으로 조성된 곳을 공원화한지라 탁 트인 부지에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시원스럽다. 이 아래에는 아직도 침출수가 나오고 있는 쓰레기 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공원매점 옆 데크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강과 난지캠핑장을 시원하게 내려 볼 수 있다.
노을캠핑장은 원래도 다른 캠핑장에 비해 각 사이트간의 간격이 충분히 떨어져 있는데다 평일이라 빈 사이트가 많아 아주 한가하다. 시내에 위치하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자리도 널찍하니 주말에는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예약한 B06 사이트를 찾아 텐트부터 펼치려하니...오메나..텐트 폴대를 두고 왔다. 초보 캠퍼 제대로 사고 쳤다.
망연자실 허탈해하는 동안 경팀장님이 올라왔다. 다행히 경팀장님이 4인용과 1인용으로 텐트 두 개를 장만해왔으니 텐트천을 덮고 잘 일은 면하게 되었다. 경팀장님 장 봐온 물건들 정리하고 텐트 설치하고 상추 씻고 등등 모든 준비를 끝내고 파트장님과 웅팀장님 퇴근을 기다리면 맥주 한 캔. 아래 사진에서 테이블 우측 뒤 바닥에 폐허처럼 깔려있는 것이 내 텐트다.
6시가 되어 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굽는다. 장작불에 석쇠로 고기를 구울 때 삼겹살은 쉽지 않은 재료다. 삼겹살 비계에서 줄줄 흘러 나오는 기름이 불을 활활 키우고, 잠시 방심하면 그 거센 불에 고기가 숯덩이로 변한다. 그러나 아웃도어의 절정 고수이신 우리 경팀장님의 눈부신 초식으로 (빠르게 쉬지않고 뒤집으며 익힌다 --> 다 익은 고기를 코펠에 담아둔다 --> 구이가 끝나고 불이 약해진 후에 한 덩이씩 다시 석쇠에 올려놓고 잘라 먹는다) 숯덩이로 버리는 일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후발하신 팀장님들이 사이트에서 도보 2분도 안되는 공원 매점에 도착했다고 전화한지 10분도 넘어 우리 사이트 옆 컴컴한 풀숲에서 불쑥 나타났다. 음...캠핑으로는 성치 차지 않을 거 같아 숲 탐험을 하신 모양이다. 특별 게스트로 지역주민이신 권팀장님도 함께 왔다. 이런 반가운 친우가 왔으면 삼배 올려드리고 텐트로 모셔 멍석말이도 해드려야 도리이겠으나...우린 젊잖은 사람들이라 그냥 덤덤하게 맞이했다.
고기 먹고, 소주 나누고, 소시지도 구워 먹고, 불 쬐고...라면 먹고, 오뎅탕 끓이고...캠핑장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한다. 노을캠핑장 각 사이트에는 벽돌로 만든 화덕이 하나씩 있어 불 피우기 편리하다. 내 랜턴 하나와 경팀장님 랜턴 두개를 비추니 내 입으로 들어갈 음식물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내 충전식 랜턴은 대용량 보조배터리에 묶어 놓으니 용량 걱정 없이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다.
11시 쯤 잠자리에 든다. 춥다. 오늘밤은 최저 영상 7도로 올 가을들어 가장 추운날이다. 파카를 입은채로 핫팩 두개를 침낭 발치에 넣고 자리에 누우니 얼굴이 시렵다. 내 침낭은 전문 아웃도어 제품이 아니라 얼굴까지 커버할 수가 없다. 얼굴을 덮기 위해 몸을 웅크린다. 다음부터는 얼굴을 덮을 뭔가를 준비해야 하겠다. 핫팩 덕에 침낭 속이 춥지는 않다.
아침 6시에 일어나니 좌우에 파트장님과 웅팀장님이 보이지 않는다. 파트장님이 출근 전까지 작성해야 하는 자료가 있어 5시에 일어나 사무실로 갔단다. 웅팀장님은 차를 가져온 죄로 딸려가고. 날이 춥기도 하고 수요일 비가 내렸던 탓도 있어 텐트 안과 밖에 온통 이슬이 맺혀있다. 경팀장님 일어날 때 까지 작은 수건으로 닦고 짜고 닦고 짜고하며 시간을 떼웠다. 달리 할 일이 없다...ㅋ...
경팀장님의 1인용 노랑 텐트는 일반적인 텐트가 아니고 '쉘터'라고 하는 비상용 텐트다. 등산스틱 두개를 폴대 삼아 세우고 바닥 천과 지붕천이 분리되어 바람과 벌레와 뱀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모양이라, 조용히 일어나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 텐트 입구를 제끼고 생사여부를 확인해야 하는지 ? 계속 고민되게 만든다. 다행히 멀쩡히, 아주 잘 잔 모습으로 나온다. 역시 아웃도어 고수님 되시겠다.
금요일에는 9시 부터 주간보고 회의가 있다. 애초에는 차석 직원을 대참시킬 생각이었는데 두 분 먼저 가시고 경팀장님마저 텐트를 걷으며 출근 준비를 하고 있으니 타고난 새가슴인 나는 어쩔 도리가 없다. 짐을 모두 챙겨 공원 아래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거의 8시가 되었다. 노을캠핑장에는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없어 아래에 주차하고 걷거나 맹꽁이차를 타고 캠핑장에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가 철수한 때는 맹꽁이차가 잠자는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그 먼 길을 (경팀장님은 30키로가 넘는 등짐을 메고 !) 걸어내려올 수 밖에 없다. 자전거도 주말/휴일에는 갖고 올라갈 수 없단다.
전력으로 자전거를 달려 사무실 도착. 번개같이 면도하고 샤워하고 도중에 편의점에 들러 사온 햄버거에 우유까지 먹고 간신히 시간 맞춰 주간보고 회의에 골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