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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극기훈련

재준아범 2019. 7. 17. 13:36

이번 여름 7월 마눌님은 간단한 일본 출장 후에 크로아티아 관광을 곁들인 이탈리아 출장을 갈 계획을 세웠고, 아들놈은 친구가 working-holiday 중인 아일랜드를 다녀온다고 한다. 나는 ... ? 뭐라도 만들어봐야지... 여름 내내 집만 지키고 있으면 침대 무너질라... 회사 휴양시설 이용한지 3년이 지나서 이번 하계휴양소 신청하면 1순위로 당첨될 수 있을 거 같으니 친구들을 꼬드겨서 국내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 ! 일단 유원장과 이기사는 섭외를 하였고, 가장 시간 내기 어려운 이전무도 사장의 직장 괴롭힘에 시달리다 못해 조만간 사표 던질 확률이 90%를 넘겼다고 하니 함께 갈 수 있을 거 같다 (결국 사표를 내고 왔다). 기왕 갈 바엔 좋은데 가자고 해운대 바닷가에 있는 그랜드 호텔을 신청, 아무리 1순위라도 이렇게 좋은데가 과연 될까? 조마조마 했는데 당첨되었다. ㅇㅎㅎ... 몇 년 또 기다렸다가 그때는 제주도 신청해봐야겠다~

거사를 실행하려면 모의를 잘 해야 하는 법. 6월말에 닭갈비 구워먹으며 여러가지 다채로운 계획들을... 모의하지는 못하고 그냥 출발시간과 귀경시간만 모의했다. 뭔가를 더 모의하려 해도 아는게 없다. 그나마 10년 전에 가족과 2박3일 여행 다녀온 내가 가장 최근에? 부산을 다녀온 사람이라니... 부산이 동남아보다 머냐... 그나저나 그 닭갈비 무한리필집, 가성비 아주 좋았다. 이구회 멤버 중에는 탁교수가 부산에 산다. 멀리 살다보니 서울에서 하는 모임에서는 정말 어쩌다 한 번 출석할 수 있는 귀한 멤버인데, 이번 기회에 얼굴도 볼 겸 관광 가이드도 받을 겸 미리 약속을 잡았다.

7월 23일 아침 9시 수서역SRT 출발. 역시 가장 집이 먼 이기사가 제일 먼저 (무려 8시에!) 왔고 이후 집 먼 순서대로 유원장 다음에 나 도착. 가장 집이 가까운 이전무는 택시 타고 헐레벌떡 와서는 열차 출발 3분전에 어느 승강장으로 가야 하냐며 다급하게 전화를 한다. 아이고... 철강 무역 하면서 세계 방방곡곡 안 가본 데가 없다는 이전무.. 대체 그동안 그 많은 비행기를 어떻게 탔던건가... 언젠가 붙잡아놓고 고문 좀 하면 별별 에피소드가 다 나오겠구만... 열차 객실 TV에서는 며칠 전 태풍 영향으로 광안리 해수욕장이 바다쓰레기로 뒤덮였다는 뉴스가 나온다. 헉. 그럼 광안리 옆 해운대는 ?? 여름마다 백만명이 몰려든다는 그 대단한 해운대 구경을 이번에도 못 하는 것인가 ? 

11시가 조금 지나 부산역 도착.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탁교수가 반긴다. 플래카드를 들고... 출발 전에 카톡으로 '플래카드 들어주랴 ?' 하길래 그냥 농인줄 알고 '영광이로세'로 받아주었더니... 진짜로... 헐... 약간 쪽팔림. 여튼 그거 들고 기념사진 한 장. 탁교수가 실수로 플래카드에 이기사를 김기사로 인쇄했다.

탁교수의 그랜다이저를 타고 점심먹으러 간다. 컨테이너가 잔뜩 들어찬 항구를 내려다보며 어마어마한 길이와 높이의 북항대교를 넘는다. 부산 해안의 대교들은 이렇게 아래로 대형 선박도 통과할 수 있도록 높게 만들어져 그 자체로 대단한 볼거리가 된다. 사람으로 치자면 팔등신이다. 대교를 지나 조금 가다보니 부경대학교 건물이 보인다. 아마도 부경대 교수님들 자주 찾으시는 맛집으로 가나보다... 했는데 군항을 내려보는 언덕 위에 넓~게 자리잡은 가든으로 들어간다. 오매.. 그냥 단골집은 아니고, 학교 오신 귀한 손님 접대하는 식당인 듯 하다. 귀한 소고기 구워먹고, 좋은 식당 왔으니 기념사진 한 번 더. 저~~ 멀리 뒤로 정박해 있는 군함이 보인다.

회비로 계산하려고 잠깐 탁교수와 실랑이를 하다가 진짜 실랑이를 하면 맞을 거 같아서 탁교수가 계산하도록 하였다. (탁교수가 체구와 완력이 좀..많이.. 있다. 위 사진 맨 오른쪽이 탁교수) 

다시 차를 타고 오륙도 잠깐 보고 광안대교를 건너 숙소로 갔다. 광안대교는 특이하게 2층으로 지어져, 각 층이 일방통행 하도록 되어있다. 북항대교도 그렇지만 광안대교를 건너려면 통행료를 따로 내야 한다. 가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보니 여행객 네 명 모두 본인은 A형, 마눌님은 B형이란다. 이 사실과, 중년의 남자들끼리만 여름 휴가를 올 수 있는 이 상황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네가 어디가서 뭘 하든 별 관심없다... 가봐야 네 배짱에 뭔 짓을 하겠니... 너 없으면 나도 편하다...) 

객실은 원래 3인용이라 엑스트라베드를 추가로 들였다. 슬리퍼, 타월, 생수 등 각종 비품들도 뭐든 3인분 뿐이었는데, 생활력 강한 유원장이 전화해서 추가로 받았다. 16층 오션뷰라 해안대와 동백섬을 내려볼 수 있다. 해안은 말끔하다. 오는 길에 보았던 광안리 해수욕장도 말끔했다. 그럼 그렇지... 여름철 해수욕장 한 철 장사가 까짓 쓰레기 더미 따위에 무너지랴... 침대 구성이 더블베드 한 개, 싱글 두 개라 어떤 불운한 사람이 더블베드에 잘 것인지 가위바위로로 결정했다. 나는...흑... 이틀 모두 더블베드.

잠깐 쉬고 해수욕하러 나간다. 쓰레기가 말끔히 치워져 있는건 좋은데.. 아직은 때가 일러서 그런지, 사오정 뉴스 탓인지... 사람이 별로 없다. 대한민국 언론은 날이 갈수록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수욕장은 사람이 좀 바글거려야 맛인데... 파라솔과 튜브 두 개를 24,000원에 빌렸다. 용품을 빌려주는 체계에 질서가 잘 잡혀있는 듯, 한창때가 되어도 바가지 횡포는 없을 거 같다. 적당한 파도를 타며 재미있게 놀았다. 동해보다 바닥이 완만하고 서해보다 물이 맑으니 역시 해수욕 하기에는 남해가 제일 좋다. 근데 아직까지는 물이 좀 차다.

이전무는 물이 싫다며 내내 파라솔 밑에 앉아만 있는다. 동백섬과 달맞이 고개 사이로 펼쳐져있는 해운대 백사장은 과연 넓다. 1키로는 훌쩍 넘을 듯 하니 정말로 백만명이 몰려오면 볼만하겠다. 위 사진 오른쪽 귀퉁이에 조그맣게 보이는, 해안 양 끝에서 바다로 50미터쯤 들어간 위치에는 등대도 아니고 부표도 아닌 조형물 두 개가 서 있는데,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수중방파제에 배들이 부딪치지 않도록 세워둔 표식이라고 한다. 해수욕 도중에 간식거리 사올 사람을 정하기 위해 2대2 비치볼 배구를 했다. 약한 바람에도 마구로 돌변해버리는 가벼운 비치볼 덕분에 거의 모든 점수가 서브 또는 리시브에서 결판이 나 버리는 덤앤더머 배구가 되어버렸다. 어쨋든 결과는 나와 이전무의 패배. 해변 인근 편의점에서 캔맥주와 과자를 사왔다. 해변에 몇 시간 머물면서 무려 500미리짜리 캔맥주까지 마셨으니...우리 중 누군가는 (모두가?) 바닷물을 오염시켰으리라... 

탁교수 집도 해운대 근처라, 저녁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횟집을 찾았다.

오늘의 메인 안주는... 최근 마눌님과 동남아 여행 중 심하게 다툰 모씨. 아직까지 마눌님께 대들 수 있다니 혈기가 남아도나 보다. 탁교수님이 어리석은 학생을 가르치는 마음을 담아 '마눌님 무오류의 법칙'으로 정리해주신다. 2차는 근처 팥빙수. 옛날옛적 우리 어린 시절에 먹었을 거 같은 모양의 팥빙수를 내준다. 가성비가 아주 뛰어나다. 알아보면 부산 곳곳에 이런 류의 팥빙수 집들이 많은 듯 하다.

팥빙수를 먹고나서 탁교수가 야심차게 추천하는 황령산 봉수대를 올라간다. 봉수대로 오르는 길이 좁아서 사람들이 뜸해지는 늦은 저녁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길이 좁기도 하지만 제법 길고 가파르다. 택시로는 못 올 듯 하다. 우리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도 조금 더 걸어올라갔는데, 밤시간이라 그런지 꼭대기까지 차가 올라가기도 한다. 올라가니 거의 모든 방향으로 부산의 야경을 볼 수 있다. 오늘 우리는 탁교수 덕을 톡톡히 봤다.

부산 참 복잡스럽다. 수치상으로는 서울 인구밀도가 더 높다지만, 체감으로는 부산이 더 높은 듯 하다. 탁 교수 말로는 시내 여기저기 산이 많아 정작에 사람 살 곳은 마땅치 않아 그렇단다. 봉수대에는 굴뚝이 다섯개 있고, 화덕(같아 보이는 것)이 또 다섯개 있다. 아마도 낮에는 굴뚝으로 연기 신호를 보내고 밤에는 화덕으로 불 신호를 보내는게 아닐까 한다. 

오늘 밤 나와 함께 더블베드를 써야 하는 불행아는 유원장. 내가 샤워할 차례를 기다리다 웃통을 벗은채로 침대에 누우니 유원장이 화들짝 놀라며 경계한다. 안 잡아먹는다 이눔아. 다음날 아침 식사는 숙소 인근의 대구탕집에서 해결했다. 나름 맛집인 듯 유명인 싸인이나 TV 출연한 사진들이 많이 붙어있다.

식사 후 택시를 잡아타고 이기대 해안산책로로 향했다. 기사님은 우리를 내려주면서 1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특공대 출신이거나...산책로를 걸어본 경험이 없으시거나.. 이기대는 두 명의 기생을 뜻한다. 언덕 위에 두 개의 기생 무덤이 있다는 조선시대 관청의 기록이 있는데, 어떤 향토사학자는 그 두 기생이 임진왜란의 적장을 유인해서 같이 죽었다는, 논개와 비슷한 활약을 했었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산책로의 처음은 기가 막히게 좋았다. 해안 절벽을 따라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다. 날씨도 흐려서 별로 덥지 않고. 즐겁게 사진도 찍고~ 

세상엔 용두사미가 많다... 갈수록 길이 험해진다. 며칠 전 태풍으로 길이 끊어진 지점을 포함해서 도합 세 번의 오르막길이 있다. 그냥 잠깐의 오르막 내리막이 아니라 아주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세 번의 오르막을 합하면 계룡산 정상이라도 오를 만하다. 점점 구름마저 걷히며 햇빛도 우릴 괴롭히기 시작한다. 여름 휴가길에 난데없는 극기훈련이다. 이 정도면 '산책로'라고 이름지으면 안될 거 같은데, 일반 등산 동호회 수준에서도 에베레스트 등정을 척척 해내는 우리 대한민국의 남다른 기상이 반영된 듯 하다. 산책로가 끝나고 오륙대 해맞이공원이라는 아주 예쁘고 아담한 공원이 우릴 맞아주었지만, 지친 우리는 사진도 찍지 않고 그냥 통과. 그래도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들러서 사진 좀 찍었다. 해안 절벽위로 투명한 육교를 세워놓은 것인데, 길이가 겨우 10미터 남짓해서 별로 기분이 나지 않는다.

오륙도를 내려보는 언덕 위에는 오륙도SK뷰 아파트가 있다. 해운대구에는 워낙 해변가에 지은 아파트가 많긴 하지만, 유일하게 이 아파트는 언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애초 오늘의 점심 계획은 돼지국밥이었으나, 이 상태에서 뜨거운 국밥이 들어가면 주화입마에 빠질 듯 하여 버스를 타고 밀면집을 찾았다. 약콩밀면집. 냉밀면을 곱배기로 주문해서 면을 흡입하고 국물을 들이켜니 갈증과 허기를 한번에 풀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갈비만두까지. 맛집이라 맛있었는지 우리 상태가 그래서 맛있었는지 알 수가 없으나 여튼 맛있었다. 다시 버스-전철을 타고 센텀시티에 갔다. 아주 큰 백화점+쇼핑몰이다. 가장 큰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하는데.. 그럼 롯데월드는 ?? 지하 1층에서 판매하는 이런저런 빵과 간식거리에 혹해서 다음날 아침을 빵으로 먹기로 하고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삼송빵집 빵을 잔뜩 사고 이전무 추천으로 흑당 버블밀크티를 사서 마셨다...아니 빨았다. 버블에 빨대를 겨냥해서 쪽쪽 빨아야 한다. 잘 못 빨면 버블이 순식간에 목구멍을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캑. 센텀시티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해운대역에 내려 설빙을 찾았다. 금방 버블티를 먹고도 또 빙수를 먹기 위해. 역시 오전 '산책'의 후유증이 만만찮다. 흑..내탓이요 내탓이요...내 큰 탓이소로이다.. 빙수 맛있다. 넷이서 빙수 두 개 먹고 배까지 불렀다.      

해운대역에서 부터 해변까지는 광화문 광장 비슷하게 길 중앙 및 좌우로 인도를 조성하고 차로는 각 방향으로 1차선만 남겼다. 여기가 백만명 해운대의 중심이다. 중앙의 인도는 광장 수준으로 상당히 넓어서 거리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날 저녁에도 차력팀?서커스팀?에서 칼로 저글링을 하는 등 거리공연이 있었다. 좌우에는 시장골목같은 포장마차촌에서부터 인도음식점까지 별의 별 음식점들이 다 있고, 타이맛사지, 노래방에 호빠, 트젠빠까지 다양한 위락?점포도 즐비하다.

현재 시간은 대략 오후 3시. 저녁시간까지 각자 하고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이전무는 발맛사지→센텀시티에서 먹은거 보다 더 유명하다는 브랜드의 흑당버블티이마트24의 쌀아이스크림을 먹겠다 하고 (대단한 식욕이다). 나머지들은 해수욕이냐 휴식이냐 고민하며 숙소로 돌아가다가 날이 잔뜩 찌푸려 해수욕하면 어제보다 추울 듯 하여 실내 수영장을 가기로 했다. 오전 날씨와 오후 날씨가 뒤바뀌었으면 좋았는데... 이전무는 혼자서는 재미 없다고 발맛사지 생략하고 돌아왔다. 우리는 친구의 발맛사지 취향도 못 맞춰주는 나쁜 친구들이다.

오늘의 저녁은 해운대의 중심에서 해물탕으로. 감자탕이나 낙곱새는 어떠냐는 돌발 제안도 있었으나 원안을 고수하기로 했다. 바닷가에 왔으니 해물을 먹어야~ 각종 해물 건더기를 건져먹고는 라면사리 두 개, 밥 볶음까지 배불리 먹었다. 기운이 솟는다.

해운대 중심가의 휘황찬란한 야경을 뒤로하고 조용하고 경건한 카페를 찾아 해변길을 따라 달맞이 고개로 향한다. 근데... 그냥 생각없이 해변길을 따라가다보니 그냥 계속 해변길로만, 카페가 아닌 횟집촌이 나온다. 길을 잘 못 들었나싶어 돌아나오는데 포르셰가 한대 들어간다. 나는 왜 포르셰는 당연히 카페를 간다고 생각했을까 ? 포르셰 모는 사람도 회를 먹고싶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 여튼 포르셰에 넘어가서 돌아나오던 길을 다시 들어가 끝까지 갔다. 끝까지 가니 카페가 하나 나오긴 나오더라 (포르셰는 횟집에 주차했다). 다시 돌아나와서 언덕을 올랐다. 올라...올라... 오늘의 극기훈련 2라운드. 오전엔 등산 좋아하던 내가 앞장을 섰고 지금은 카페 좋아하는 이전무가 앞장을 선다. 길을 헤맨거까지 포함해서 총 3.2키로를 걸었다. 오전보다는 훨 쉽네~ 우린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달맞이길 언덕 위 카페촌에 기어이 도착해서 음료 한 잔씩 하고 택시 타고 숙소로 돌아와 잤다.

나는 일찍 자고 늦게 자는게 습관이 되어있다보니 이런 때 좀 늦게 잠들어도 일찍 깬다. 일찍 깨니 삼인의 코골이를 비교 감상할 수 있었다. 모씨는 간간이 (뭔가 먹는 꿈을 꾸는 순간인듯) 이갈이를 해가며 다채로운 코골이를 들려준다. 아침에 나 혼자만 실내 수영장에서 잠깐 수영하고 (수영 보다는 여유있는 샤워가 목적이라) 삼송빵집 빵으로 아침을 먹고 동백섬 누리마루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다. 이번엔 정말 가볍게 '산책'을 했다.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부산시티투어 레드라인 버스에 올랐다. 지붕 없는 이층버스다. 당연히 다들 이층으로 오른다. 투어버스를 타는 동안에는 해도 비치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 흐린 날씨가 유지되었다. 우리는 날씨 복이 있다. 버스는 레드인데 의자는 블루네.

센텀시티는 수도권으로 치면 판교 더하기 상암이다. 대단한 건물과 전시관들이 즐비하고, 영화나 방송 관련 기관/단체들에 첨단 산업 단지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은 건물 그 자체가 볼거리다. 세계 최대의 지붕이란다. 센텀시티에는 신세계 백화점과 함께 기네스북에 오른게 두 개나 있는 셈이다. 크기도 크지만 저것이 어떻게 넘어지지 않고, 더구나 이 바람 많은 남해 바닷가에서, 균형을 잡고 서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해운대의 남쪽으로는 마린시티가 있고 북쪽으로는 엘시티가 건설 막바지 단계에 있다. 이 건물들이 63빌딩보다도 높다고 하니 부산 사람들 기개가 대단하다. 이런 빌딩들은 고층 보다는 중간 정도가 로얄층일거 같다. 낮은 구름이나 해무에 둘러싸이면 고층은 앞이 안 보인다.

투어 중간에 부산역에 내려서 짐을 보관시키고 근처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다. 이제 부산의 2대 음식을 다 먹었다. 투어의 마지막 정거장인 광복로에 내려 광복로를 구경하고 창선동 먹자골목을 찾아 씨앗호떡과 와플, 흑당미숫가루 음료로 군것질을 했다. 국제시장 참 크다. 마지막으로 부산역 맞은편의 차이나타운과 텍사스 스트리트를 대충 구경하고는 지쳐서 일찌감치 부산역 대합실 의자를 점령하고 시간을 때웠다. 오후 5시반 출발하는 SRT를 타고 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