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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아찔한 한탄강 주상절리길

재준아범 2021. 11. 24. 20:56

지방에 사는 친구들 집을 다 돌고 나니 더이상 갈 데가 없어졌다. 이제는 등잔밑을 뒤질 수 밖에. 호기의 고향이고 현재도 부모님과 형님이 사시는 철원 관광을 계획했다. 이전무의 공인중개사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려.. 그러고도 간신히 일정을 맞추어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고 나서야 1박2일도 아닌 평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10시를 조금 지난 시각에 철원 군내에 도착하여 철원군청 근처의 백년가게 타이틀을 내건 철원막국수를 찾아 아점을 먹었다. 남쪽으로 대문이 나 있고 마당을 중심으로 방들이 배치된 ㄷ 자 구조의 한옥이다. 그래서.. 방바닥에 앉아 먹어야 한다. 흑. 나의 소중한 무릎...  각자 취향에 따라 비빔막국수, 물막국수, 따뜻한 막국수를 주문헀다. 나는 비빔 막국수. 다른 식당 막국수들과는 양념과 면발이 조금 다른데, 사람들 입맛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먹어본 막국수 중에 최고라 생각된다. 일행들도 다들 만족스러워 한다,

주상절리길 가기 전에 잠시 삼부연폭포에 들러 인증 사진을 찍었다. 폭포 위치가 철원군 소재지에서 가깝기도 하고, 도로 옆에 있어서 잠깐 차에 내려 사진만 찍고 오면 된다. 찾아가기는 그렇게 쉬워도 폭포의 규모나 모양새가 제법이다. 제주도 아닌 국내 육지?에서 내가 본 폭포 중에는 제일 빼어난거 같다.

이번달에 개장한 주상절리길은 아직까지는 개통기념으로 무료로 입장시켜 준다. 그래서 그런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가 힘들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 바로 사흘 후인 2021.11.27 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로 만원을 내면 오천원은 철원지역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단다.
순담계곡부터 시작하는 잔도길은 주상절리로 솟은 절벽의 기세가 보다 또렷한 북쪽면을 조망할 수 있도록 강의 남쪽 절벽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금방이라도 큼지막한 바위 덩어리들이 떨어져나갈 듯한 울퉁불퉁한 절벽에 구멍을 뚫어 구조물을 설치하고 지지대를 세워 만든 길이다. 절벽 구간은 잔도로, 땅을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은 나무데크길로, 어떤 부분은 출렁다리로 다양하게 변화하며 이어지는 길. 대체 이 길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혹시 중국의 잔도공들을 데려와서 만들었을까.. 여튼 인간의 능력과 노력은 대단하다. 솔직히 이 길이 과연 얼마나 오래동안 무사히?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중간에 잠깐씩 쉬며 왕복 7.6키로. 만보계로 대략 만오천보. 중간중간 쉬면서 가면 대략 세 시간이 걸린다. 오르고 내리는 계단도 많아 그리 만만한 길은 아니다. 힘에 부친다면 반환점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점으로 돌아와도 된다. 대기중인 택시들이 줄을 늘어서 있다.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앞장선 이기사가 뭐가 그리 급한지 (혹시.. 응가?) 걸음이 점점 빨라지더니 급기야는 잔도 위에서 슬라이딩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쇠로 만든 길바닥에 슬라이딩을 했으니.. 당연히 무릎이 까졌다.
잔도 트래킹을 마치고, 여행 나올때 마다 사모님께 공물을 바쳐야 하는 이전무를 위해 철원군 소재지 반대 방향으로 무려 20분을 달려 대한민국 10대 닭강정에 이름을 올렸다는 동송시장 천호닭강정을 찾았다. 평일이라 그런가 ... 손님이 아무도 없다. 과연 10대가 맞는가... 닭강정이 만들어지는 동안 근처 가게에서 꽈배기와 핫도그를 사먹으며 트래킹으로 고갈된 체력에 긴급 수혈을 했다.
오늘의 식당 선택은 철원 원주민 이기사 맘이다. 다시 철원군 소재지로 돌아와 외할머니순두부 집을 찾아갔으나 주인장 외출 중. 캑. 인근 동주산성이라는 고기집으로 식당 변경. 시간은 대략 4시. 당초에는 순두부집에서 점저를 먹고서는 서울로 돌아와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할까 했지만 소고기를 굽고 소주가 들어가니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다. ㅎ~ 동주산성은 교외로 나들이 나왔다면 한번쯤 들릴법한 그냥 널찍한 고기집이다. 남들 맥주소주 마시는 동안 운전 때문에 혼자 외로이 콜라를 마셔야 했던 이전무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죄 없는 주차장 땅을 온몸으로 내리치며 화풀이를 했다. 아스팔트를 내려치면 아픈건 사람이지... 무릎이 까지고 엄지 발꼬락이 부엇다고 다음날 뒤늦게 후회한다. 이기사.. 이전무.. 60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이렇게 몸으로 후회할 일을 하면 안되요...
저녁까지 먹었으나 겨우 6시 밖에 안되었는지라... 어차피 곧바로 서울로 출발하면 길도 막힐거고... 역시 이기사 추천으로 산정호수변 까페 허브와 야생화마을을 찾아갔다. 카페이기도 하고 허브 등 각종 화분이나 허브 재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온실과 카페가 조합되고 여기저기서 주워온 나무 파레트와 테이블과 벤치로 마구 꾸민 널찍한.. 음.. 가건물? 이다 (난 이런데가 더 좋다~).

호수변에 있지만 밤이라 호수는 안보인다. 따라서 우리밖에 없다. 신난다~ 장작난로를 피워달래서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김필의 노래를 홀짝거리며 개중년의 감성을 돋운다.